차를 끓이며

2004.10.11 05:58

장효정 조회 수:16

         차를 끓이며
                                       장 효 정


이른 아침
투명한 내 윈도우에
햇빛이 기웃대면
나는 다기와 함께
내 마음의 창도 깨끗이 닦아
차를 끓인다

녹슨 시간들을 헉헉 토해내며
요동치며 들끓는 따끈한 물
진록색 잎맥에 부으면
아질아질 피어오르는 다향

하얗게 부풀던 내 아픔
후후 불어내고
끈적끈적한 삶의 찌꺼기들
어지러운 간밤의 꿈도
뜨거운 물에 헹구어 건져낸 후

그리움 한 방울 떨구어
아릿한 가슴에
수액을 넣으면

내 안에 있는 마른 골짝마다
시원한 물줄기 흘러
막힌 가슴 뚫어내리고
내 혈관 속 미세한 신경세포까지
기쁘게 깨어나는 아침

일상에 찌든 내 마음의 때
파아랗게 씻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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