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등불을 밝힐 때
2004.09.11 15:33
너에게로만 밝혔던 빛을 끈다.
지금은 그 등불을 꺼야할 때
내 빛 너무 부셔 온 세상이 깜깜하구나.
어쩌자고 나는 발광체가 된 것일까.
지척의 네 모습조차 볼 수도 없는
네가 나를 보아도
나는 나를, 너를
볼 수도 없는 이 외로움
내 안에 있는 것이란 있는 것 다 용트림하여
발광(發光)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빛을 끈다.
나를 재우고 가라앉혀
내 안에 있는 것이란 있는 것 다 잠금쇠를 건다.
깜깜한 내 안에 내가 보인다.
깜깜해진 내게 너의 모습이 보인다.
아무도 날 못 보아도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이 아늑함,
이 또한 외롭기는 하다.
그래도 지금은 내 등불을 꺼야할 때
너의 등불을 밝혀야 할 때
사랑이란 너를 발광(發光) 시키는 일이기에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59 | 장례식에서 | 강학희 | 2004.09.26 | 106 |
158 | 떨쳐버릴 수 없는 친구 | 조정희 | 2004.09.25 | 191 |
157 | 추석단상 | 오연희 | 2004.09.25 | 112 |
156 | 영혼의 강 | 박영호 | 2004.09.24 | 97 |
155 | 화원 산책 (2) | 박영호 | 2004.09.24 | 98 |
154 | 눈 덮인 산정 (1) | 박영호 | 2004.09.24 | 92 |
153 | 가을에 띄운 편지 | 강학희 | 2004.09.23 | 141 |
152 | 그대의 사랑으로 나는 지금까지 행복하였소 | 이승하 | 2004.09.23 | 56 |
151 | 가슴에 키운 흑진주 | 백선영 | 2004.09.21 | 65 |
150 | 불꺼진 창 | 최영숙 | 2004.09.21 | 93 |
149 | 30여년 세월의 스승 권태을 선생님께 | 이승하 | 2004.09.20 | 76 |
148 | 안착을 알리며 | 김영교 | 2004.09.20 | 105 |
147 | 집 | 강학희 | 2004.09.17 | 64 |
146 | 고모님과 동정 | 강학희 | 2004.09.17 | 48 |
145 | 요즘 나는 무척 바쁘다 | 강학희 | 2004.09.16 | 42 |
144 | 하늘가는 길 | 전지은 | 2004.09.16 | 49 |
143 | 그 친구들 | 문인귀 | 2004.09.16 | 30 |
142 | 아버지와 낚시여행 | 홍인숙(Grace) | 2004.09.15 | 41 |
141 | 해부 | 오연희 | 2004.09.15 | 32 |
140 | 세도나 | 백선영 | 2004.09.12 | 7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