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기막힌 가을이

2014.10.11 11:23

차신재 조회 수:40

이렇게 기막힌 가을이
               차신재

가을 꽃집에 들려
국화꽃 한 아름 샀습니다
그윽한 향기가 너무 좋아
꽃다발을 안은 채 눈 감고 있다가
가슴이 마구 두근거려 놀라 눈을 떴더니
아! 글쎄 “미당”께서
제 품에 계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품고있던 국화꽃 다발을 밀어 낼 뻔 했습니다
지난밤 선생님의 “국화 옆에서”를 읽다가
내일은 가을이 가기 전에 꽃집엘 들려야겠다며
잠들었었는데
국화꽃을 안고 있는 저를 누님인 줄 착각 하신 건지
아니면 국화꽃 같이 향기로운 글 쓰라고
저를 찾아 오신 건지
어쨌든 너무 행복해서
말 한마디 못한채 가슴만 두근거리는데
토닥토닥 두어번 제 등을 두드려 주시고는
유유히 가을하늘로 가셨습니다
이렇게 기막힌 가을이 저에게 왔습니다.

* 미당: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서정주 선생님의 호.
   대표적인 시로 “국화 옆에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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