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40 주년에 부쳐

2014.11.21 04:40

김학천 조회 수:51

  지난주 중앙일보 40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진행된 행사도 행사려니와 공연으로 나온 흑인코러스 팀들의 열정적 율동을 곁들인 노래는 식장을 축제분위기로 만들었다.특히 그들이 한국말로 부른 아리랑과 우리의 소원의 통일 그리고 소양강 처녀는 이민을 사는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적시고 감동을 느끼게 했다.
  경복궁 중건 강제노동에 세금까지 겹쳐 살아가기 힘든 백성들이 처량한 신세타령으로 읊어대던 아이롱(귀가 먹어 아무 것도 못 들었으면)과 아이랑(님과 이별하네) 그리고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이 그리워 푸념하는 아난리(떠나기가 어렵네)에서 기원한다는 아리랑이 우리네 처지와 무엇이 달랐으랴.‘우리의 소원’이 통일인 건 말할 것도 없지만 그것은 또한 우리 모두의 일치감을 비는 소망일 것이다.
  소양강 처녀의 마음을 대신해 울어주던 두견새는 또 어떻고. 고향에 돌아가지 못해 한밤중마다 처절하게 울고 또 울면서 토해낸 피가 진달래 꽃잎을 물들이면서 한 송이씩 빨갛게 피어나게 한다는 두견새는 수만리 떨어진 타국에 와서 둥지를 틀고 먼 고향을 그리워하는 나그네들의 아픔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겐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다. 그것은 그런 아픈 넋두리를 들어주고 동행하며 의지할 곳 없는 그들이 바른 세상으로 그리고 옳은 길로 들어서게 하는 사명을 갖고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길잡이가 되기 위해 홀로 밤을 지새워 울던 또 다른 모습의 두견새 중앙일보였다.
  그러나 사람 사는 모든 일이 줄타기와 비슷해서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중심을 잘 잡는다는 것이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 더욱이 언론사일 때야. 해서 인생은 줄타기와 똑같아서 영화‘왕의 남자’에서 어름사니(줄타기고수) 장생은 눈이 멀어 외줄 위에 서서 이렇게 외친다.‘눈이 멀어 아래를 못 보니 그저 허공이네 그려. 이를 알았다면 진작에 맹인이 될 걸.’치우치지 않기 위해선 양극단을 비판하고 견제하면서도 양쪽을 다 껴안아야 하는 어려운 숙제임에야 가깝게 보이는 것에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었으리라.  
  그래서 가운데(中)란 외줄 위에 서면 중심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포즈를 바꾸어야 하듯이 바른 시각을 향해 자세를 바꾸려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는 끝없는 도전이 아닐는지. 이렇듯 중(中)이란 신체나 정신의 균형뿐만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모든 것의 조화와 균형을 지탱하는 핵심이고, 이 핵심은‘칼을 쓴 사람의 모습’을 그린 앙(央)이라고 하는 또 다른 가운데의 뜻이다.
  그러고 보면 ‘중앙(中央)’이란 것은 그 어느 쪽도 허용치 않는 바른 정신의 선(善)이요 핵심이라고 볼 때 이러한 삶의 지선(至善)과 본질을 의미하는 이름을 가진 중앙(J.A.)일보는 정의의 대변자(Justice Advocate)인 동시에 기쁨을 가지고 일하는 도우미(Joyful Attendant)인 셈이다.
  행사 말미에 감사인사에 나선 사장님은 김춘수 시인의 '꽃’시 한 구절로 갈음했다.‘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그러면서‘우리 모두는 중앙일보의 꽃’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서로가 아픔을 노래한 두견이었으며 그 울음과 외침으로 피어난 꽃이었다.‘아리령’고개에서 나온‘아리’(밝음)‘의 뜻대로 우리민족이 한반도로 이주해 올 때 온 세상이 밝게 내려다보이는 그 고개 위에서 미래를 안고 왔다고 하니 중앙일보가 그 언덕으로 버텨주고 있는 한 우리에게 어찌 밝은 미래가 없을까.
  다시 한 번 축하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79 호흡하는 것들은 오연희 2014.11.26 98
10478 [이 아침에] 공공 수영장의 '무법자' 11/26/2014 오연희 2014.11.26 67
10477 [이 아침에] 성탄 트리가 생각나는 계절 11/13/2014 오연희 2014.11.26 27
10476 삶.2 정용진 2014.11.24 35
10475 여호와 이레 김수영 2014.11.23 60
10474 우리가 문학을 하는 이유 김우영 2014.11.23 65
10473 낚시터에서 차신재 2014.11.22 38
10472 통나무에게 차신재 2014.11.22 35
» 중앙일보 40 주년에 부쳐 김학천 2014.11.21 51
10470 한국인 거주자 숫자의 힘 최미자 2014.11.20 8
10469 좋은 시 감상 <너에게 묻는다> 차신재 2014.11.18 142
10468 배신 차신재 2014.11.17 39
10467 물안개로 오는 사람 차신재 2014.11.17 59
10466 개구리 울음소리 김수영 2014.11.17 51
10465 엉뚱한 가족 강민경 2014.11.16 31
10464 어둠 속 날선 빛 성백군 2014.11.14 105
10463 낙엽 동아줄 2014.11.13 28
10462 일몰(日沒) 정용진 2014.11.12 29
10461 가을줍기 서용덕 2014.11.11 30
10460 얼룩의 소리 강민경 2014.11.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