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해 물고기

2004.09.12 06:27

박영호 조회 수:91 추천:4

다도해 물고기

     아무래도 내 몸뚱이는
     한 마리의 큰 물고기 같다
     그래 내 몸 속에는 자랄 때 먹었던
     다도해 조기살도 있고
     멸치도 헤엄쳐 다니고
     양푼에 비벼먹던 민어 살점도
     내 팔뚝과 허벅지에서 꿈틀대며 산다

     십 년을 두 번씩이나 살아도
     이곳이 내 땅 같지 않은 것은
     식성에 맞지않는 음식 때문인가
     점심 때 먹은 후라이 *치킨이
     다시 살아나서 모이를 찾는지
     창자벽을 쪼아댄다
     질기고 질긴 창자
     치킨 부리에 잘도 견딘다
     자랄 때 먹었던 고추와 마늘이
     잘도 다져놓은 모양이다

     그들은 수 마리 황소를 먹고 자랐다지만
     내 뼈 속에는 도시락 반찬으로 먹었던
     수십만 마리 멸치 떼가 엉겨 있다

     그래
     내 몸뚱이는 극동 한반도산(産)이다    
     이 꽁지 빠진 치킨들아

     * 치킨-이곳 백인들이 남을 얕잡아 볼 때 쓰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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