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2006.02.11 13:03

유은자 조회 수:251 추천:11

내 고향 출렁다리 (향수)

                                               유은자

명절이 눈앞에 있으니
일을 하면서도 머릿속은 고향으로 달려간다
내 어릴 적 집 앞에 나무로 만든 출렁다리가 있었다
두 사람 이상 지나가면 출렁거린다고 출렁다리
아니면 흥청다리라고 불렀다
출렁다리 건너편에 내가 다니는 학교가 있었다
학교 끝나고 오는 길에 출렁다리 중간에 서서
유유히 흐르는 맑은 물을 본다
손 뻗으면 닿을 것 같고 햇빛에 반사되어 다이아몬드처럼 빛난다
아무 생각도 안하고 그 물결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면
물결 흘러가듯 나도 흘러 흘러간다.
한참을 가다가 정신을 차리면 그 자리에 내가 서 있는 것이다
꼭 배를 탄 것 같은 기분이라서 종종 나는 넋을 잃고 물결만 바라본다
이맘때가 되면 출렁다리 밑 냇가에 얼음이 얼어 썰매타기 아주 좋다
동내 개구쟁이들 칼자루 부러진 것으로 썰매를 만들어 타고
신나게 놀다가 언 손 언 발 녹이려고 언덕바지에 모닥불 피워 놓고
장갑 말리다 태아 먹고 신발 태아 먹고 그야말로 혼나는 일만 만드는
개구쟁이들의 좋은 놀이터다
정월 대보름이면 출렁다리 밑에서 깡통에다 숯불 집어넣고
개브리 찌브리 하며 얼굴에 흙 검정 묻히며 서산에 해 기우는 줄 모르고 놀다가
보름달이 안녕하며 활짝 웃으면 그릇하나씩 들고 집집마다 밥 얻으러 다니면
인심도 후하신 동네 아주머니들 오곡밥에 여러 가지 나물 반찬을 주던
내 어머니 같은 동네 아주머니들.....
출렁다리 밑에서 연날리기며  팽이치기 언덕바지에다 땅굴파고
그 안에 들어 앉아 찬바람 피하고
나무를 가지고 놀면 그것이 장난감이요
돌을 가지고 놀면 그 또한 장난감 흙 이며 종이며
무조건 가지고 노는 것 마다 모두 장난감이었다.
하루 종일 온 몸으로 뛰어다니며 놀았기에 다른 운동이 필요 없었다
학교에 가면 어느 책상이든 동그라미와 조금 떨어진 곳에 밑줄을 그어
머리핀 따먹기 옷핀 따먹기를 해서 가슴에 훈장처럼 달고 다녔으며
남자 아이들은 다 마치기 딱지 따먹기 등으로 하루를 손등 터지는 줄 모르고
긴 겨울을 보냈지
지금은 세월이 첨단의 시대라 일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하니
그 추억의 출렁다리도 내가 한국을 떠날 때 단단한 시멘트로 더 넓게 만들어놓고
차도와 양 옆에는 인도로 만들어 놓았다
차가 다녀도 출렁거리지 않고
맑은 물은 온데간데없고 잡풀은 무성하고 쓰레기만 쌓여갔다
오랜 세월 그 자리에서 오고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다리가 되어준
출렁다리 너라고 세상이 너를 그냥 두겠니
발가벗고 물장구치고 송사리 잡아 병에 담아 갖고 놀던 친구들
미꾸라지 잡아 매운탕에 막걸리 한잔 마시던 아저씨들
놀이 소굴이었던 출렁다리 밑에 추억....
명절이 눈앞에 있으니 이역만리에 있는 나는
내 살던 곳 내 집 앞 출렁다리 밑에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마음속에 연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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