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2008.05.08 15:32

이월란 조회 수:0




평행선



                                             이 월란




내 몸 빌어 태어난 아이
내 것인줄 알았습니다


손금하나 그어준 것 없이
머리칼 한올 심어준 것 없이
신비로 이어진 탯줄 빌어
허기진 어린 배 채워주었다는 그 이유만으로
정년 내 것인 줄 알았습니다


나는 추웠기에
바람막이를 세워 주었고
꽃이 되고 싶다기에
자고나도 시들지 않을 마른꽃을 걸어 주었고
무지개가 보고싶다기에
밤새 칠한 일곱색깔 무지개도 걸어주었습니다


나는 주인공이 되고 싶었기에
열심히 대사를 외우게 했고
난 넘어지고 아팠기에
내 손 부르트도록 길 닦아주었습니다


어느 햇살도 눈부신 날
그 아이는 찬바람 일으키며
산너머 있다는 희미한 무지개 좇아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습니다


온실보다 차가운 세상이 좋다고
무대위의 주인공이나 조역조차도 아닌 차라리 관객이고 싶다고
넘어져 깨어지고라도 피가 빨갛다는 것 보고싶다고


그렇게 떠나갔습니다


내 손 닿을 수 없지만
결코 멀어지지도 않을
나의 또다른 평행선이란 걸 알지 못했습니다
결코 내가 될 수 없는 나의 분신이란걸 몰랐습니다

                                                          2006-11-3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19 무통분만실--------------------시집 이월란 2008.05.08 0
10418 섬----------------------------시집 이월란 2008.05.08 0
10417 가을의 뒷모습 이월란 2008.05.08 0
10416 불치병 이월란 2008.05.08 0
10415 착각 이월란 2008.05.08 0
10414 차라리 이월란 2008.05.08 0
10413 이월란 2008.05.08 0
10412 판토마임 이월란 2008.05.08 0
10411 알기나 아니? 이월란 2008.05.08 0
» 평행선 이월란 2008.05.08 0
10409 눈(雪) 이월란 2008.05.08 0
10408 또 하나의 얼굴 이월란 2008.05.08 0
10407 이 길 다 가고나면 이월란 2008.05.08 0
10406 장원급제 이월란 2008.05.08 0
10405 방황 이월란 2008.05.08 0
10404 그가 사는 도시 이월란 2008.05.08 0
10403 눈밭 이월란 2008.05.08 0
10402 이별모습 이월란 2008.05.08 0
10401 무례한 사람 이월란 2008.05.08 0
10400 새벽무대 이월란 2008.05.08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