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섶 위의 얼음 이마
2005.09.12 20:33
처음 태고의 설원을 등반할 때만 해도
무공해 우정을 캐내어
백팩에 넣고 돌아와 이웃을 기쁘게 할 참이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태극기 휘날리고>는 정상에 없었고
빙산을 깊이 판 한글 이름들이 별처럼 시야에 뜬다
낮게 얼어붙은 속삭임위로 숫한 발걸음들이
흙과 먼지만 떨어트리고 떨며 돌아선다
하늘과 나 그리고 빙원이 있을 뿐
시간도 멎어있는 흰 점 신비에 얼굴을 묻고
거룩한 물의 어머니 아이스 돔(Ice Dome)은
세상에 공평하게 젖을 나누어주고 있다
높고 먼, 신기한 나라에 다녀 온 빈 자루
언어가 필요치 않는 내 안의 곳간
보고 느끼는 것으로 가득
산 따라 자꾸 커지는 내 시선
호수를 따라
내 속을 흐르는 피는 하얀 색으로 변해간다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순수와 진실의 설원이
내 안에 움트고 있다.
*지구의 눈섭과 이마, 컬럼비아 아이스필드(Columbia Ice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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