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가 웃는다

2014.10.29 08:21

차신재 조회 수:27

거미가 웃는다
          차신재

마음이 무거울 땐
공원에 간다

다람쥐 한 마리
나무위로 달아나고
그 꼬리 따라 오르는 눈길에
가지끝에 매달린
거미 한 마리 잡힌다

제 몸 수백 배 높이 허공에
거꾸로 매달린 채
내장을 뽑아 집을 짓는
그 절실함 위에
햇빛 한 오라기 걸린다

밤새 안고 뒹굴었던 천근의 비애를
그 위에 올려 놓는다
반짝 휘청이는 몸짓 한 번 뿐
거미는 다시
집을 짓는다

어떤 고통의 무게도
목숨을 뽑아 지은 집엔
먼지 한 톨의 무게도 안 된다고
거미가 나를 보고 피식 웃는다
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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