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벨리

2006.03.08 08:23

오연희 조회 수:217 추천:3

실리콘 벨리/오연희 후끈한 나무 찜통 속 세월의 골 깊게 진 지긋한 몸매의 벌거벗은 여인 대여섯 비스듬히 눕거나 제 멋대로 앉아 있다 벽에 붙은 16인치 구형 텔레비 속 실리콘 벨리의 대규모 감원소식을 전하는 남자 아나운서의 입술에는 냉기가 감돌고 ‘실리콘…’ 비스듬히 누워있던 한 여인 실리콘 이라는 말에 뭔가 생각 난 듯이 입술을 씰룩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순간 주위에 있던 태초의 여인들 눈에 광채가 인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탱탱한 가슴 비포장 도로 같은 울퉁불퉁한 얼굴 머잖아 무너져 내릴 코 실리콘 벨리… 아니 실리콘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들과 몸을 섞은 후 자신의 팔자가 뒤집혀졌다는 당당한 그녀의 기가막힌 사연에 훅훅 달아오르던 찜통이 서늘해졌다 온종일 반도체 칩이 꽂힌 채 얼굴과 가슴이 뻑뻑하다 2006년 미주문학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