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2013.11.25 11:32

김수영 조회 수:0

사노라면             金秀映 사노라면 죽도록 보고 싶을 때가 있겠지요 해가 서산마루에 넘어가며 산 그림자가 길게 드리울 때 쓸쓸한 들녘에 혼자 서 있을 즈음 낮달이 넘어가고 메밀꽃 별 무리가 검푸른 하늘에 하늘거리면 사노라면 웃을 날보다 울 날이 더 많겠지요 꽃잎이 지고 낙엽이 쌓여 메마른 가슴에 군불을 지피면 타다남은 검정 숯덩이 누구를 위해 그다지도 타 버렸나요 사노라면 바람이 불어 거센 파도가 일렁이며 먹장구름을 몰고 와 장대비가 쏟아지고 홍수가 나 앞이 캄캄 할 때가 있지요 홍수 뒤엔 찬란한 태양이 기다리는 그 환희의 인내를 배우게 되지요 사노라면 만고풍상 다 겪고 머리에는 매화꽃이 피고 맷돌질 하기 힘들어 두 지팡이가 휘청거릴 때가 있어도 굽이굽이 돌고 돌아온 발자취 어찌 그리 아름다울 수가 있겠어요 사노라면 눈물 속에 웃음이 있고 슬픔 속에 기쁨이 있고 실망 속에 희망이 있고 언약의 반지처럼 둥글게 원을 그리며 새끼 줄을 엮듯이 살아가다가 삼겹줄을 만들어 우리 모두 묶이어 하나가 되지 사노라면 다 그렇게 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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