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나침반처럼

2014.03.19 00:18

박영숙영 조회 수:0

고장 난 나침반처럼


                박영숙영



전생에 만났던
누군가와 인연이었던가
어느 날의 약속이었던가
이 아름다운 세상에 내가 태어나서

눈 내리는 겨울에도
달빛에 올올이 내 마음 엮어서
내 청춘을 꽃피웠던
봄날은 어디로 갔을까

도포 자락 휘날리며
봄빛 품은 가슴 안고
님 오시는 소식에

아, 하얀 너울 쓰고
버선발로 님 마중 가는
저, 봄 처녀 좀 보소

긴 치마 마른 땅 쓰다듬으니
세상은 온통 희망의 빛 가득한데

나는
고장 난 나침반처럼
봄 가운데 서서
눈을 감고
화산처럼 펄펄 가슴 끓어오르며
청춘은 꽃피웠던
내 아름다웠던 봄날 속을 거닐고 있다


시집:인터넷 고운 님이여 ㅡ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