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하는 산불
2005.02.04 08:35
산은 산대로 집은 집대로
망령 난 불길이 들썩거린다
허공을 휘젓는 무녀의 춤판
텍사스 국경 넘어 온 사내와
여섯 식구가 숨죽이며 바라본
불길이 춤추던 똑같은 밤, 등에
노란 글씨 새긴 이민국 직원들
소 잡는 포승줄을 휘두른다
내몰린 영혼들의 울음이
나무 타는 연기로 흩어지자
뱀의 허물을 벗어버린다
창 밖에서 방안을 바라 본
아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얼굴과 가슴에 합판 대는 여자
열병을 앓는 산불은 훨훨 타고
환락은 잔재만 남고 날 밝는다
꿈꾸었던 노랑나비의 월경
비탈진 계곡 더듬으며 기어간다
더위는 땀이 아니라 눈물이라고
가을비는 애써 감추려고
멀리 간 산불을 천천히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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