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본 한국인의 모습

2005.11.23 15:29

정찬열 조회 수:30



                                                              
태풍 '매미'가 한국을 휩쓸고 지나간 때, 저녁식사를 마치고 잠깐 한국뉴스를 보았다. 한국어를 익혀주려고 일부러 고등학생 아들을 불러 곁에 앉혔다. T.V는 바닷가 가두리 양식장의 피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양어장 시설은 태풍이 할퀴어 갔고 양식장의 고기는 모두 바다로 풀려 나가버렸다. 어민들은 가슴을 치며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옆 둑에는 낚싯꾼들이 몰려와 낚시를 하고 있었고, 심지어 몇 사람은 배를 타고 와 피해 어민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방류된 고기를 잡아가고 있었다.  
"아빠, 저 사람들 지금 뭐하고 있는 거예요 ". 아들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참 부끄러웠다.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 하고 있는 사이에 아비의 속상한 심정을 눈치챘는지 아이는 이내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이웃이 어려움에 처했는데 도와주기는커녕 저렇게 그물을 빠져 나온 물고기를 떼지어 몰려와 잡아가도 되는 건가요. 남이야 어찌되건 나 혼자만 잘 살자 하면 안되지 않아요.
물론 우연히 비추인 T.V의 한 장면이 한국인 전체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것 때문에 모두를 필요이상 폄하 할 필요도 없을지 모르겠다. 힘들고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살아가는 게 우리들의 진짜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나 문제는 있고, 못된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잘 못된 소수가 그 사회를 대변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수가 함께 그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 갔을 때,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을 보면서 사고가 나지 않는 게 신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식당에서 아이가 소란을 피워도 말리려 하지 않던 부모, 길가 아무 데나 침을 뱉는 사람도 자주 눈에 띄었다
요즈음 이곳 미국에선 매춘이나 마약밀매, 이민사기나 밀렵에 이르기까지 파렴치 범죄가 발생했다 하면 반드시 라고 할 정도로 한인이 관련되어있다. 그런데 다시 임산부들의 단체 원정출산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숫자가 올해 칠 천을 넘었다 한다.
왜들 이럴까. 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를까. 왜 옆 사람은 고려 않고 자기 이익만 챙기려들까.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어떤 친구는 그 이유가 5.16 군사 쿠테타에 있다고 말했다. 쿠테타를 통해 어느 날 소장이 대장이 되고 대통령이 되는 사회. 그런 역사가 아직 기억에 생생한데 꼬박꼬박 계단을 밟아 승진을 하고 푼돈을 모아 부자가 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게 보이겠는가 하는 논리다. 한탕주의, 불법, 탈법이 거기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다.
부분적으로 수긍이 가는 얘기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교육에 있지 않을까.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못자리에서 잘 자란 모는 논에 옮겨 심어도 튼튼하게 잘 자란다. 열매도 많이 맺는다. 그러나 못자리부터 병약한 모는 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 같은 이치다. 부실한 교육이 문제다.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지 못한 그 교육 말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이치를 제대로 가르쳤다면 오늘에 이르진 않았을 것이다.
참으로 전도된 가치의 회복이 절실한 때이다. 무슨 거창한 구호를 내 걸자는 얘기가 아니다. 나 한사람쯤이야 하는 생각이 모두를 망친다. 나 하나가 바로 서면 모두가 바로 서게 된다.
우리는 사소한 행동 하나가 전파를 타고 동시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지구촌 시대에 살고있다. 내 아들이 태풍뉴스를 보며 실망했듯이 사소한 모습 하나가 한국인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이미지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나 하나가 전체라는 마음으로, 각자가 국가를 대표한다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어글리 코리언' 기사가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   (2003년 10월 22일 광주매일신문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