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화

2006.02.04 13:45

강성재 조회 수:75 추천:2

부서진 토담 아래
가랑잎 모아 놀던 바람
잠시 마당을 스쳐 지나는 동안  
평상에 널린 검정콩은
바스락 바스락
저녁 나절을 훔치고 있었다
지붕과 지붕 사이로
저녁밥 짓는 연기가
고물 고물 솟아 오르고
잠자리 찾아든 참새 몇마리
빨래줄에 걸터 앉아 졸고 있는 사이
어미닭은 새끼들 불러 모아
모이를 먹이고 있는데
소죽끓이는 아버지는 말이없고
멍석위에 퍼져 앉아
벼이삭 말리는
어머니 치마자락에
고추잠자리 한마리 앉아서 놀고 있다고
나는 말해주지 않았다
파리채 들고 씨름 하시던 조부님
슬며시 잠이 들었고
마루밑의 삽살개는
여태 저녁밥도 얻어 먹지 못한체 늘어져 있었다

담벼락 늙은 호박넝쿨에 기대어
안간힘 쓰던 햇살이
마침내 어둠에 묻혀 사라지도록
골목길엔 아무도 오지 않았고  

텃밭의 고추는 빠알갛게 익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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