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산란

2007.09.29 16:06

구자애 조회 수:4 추천:1

아무도 없는 따스한 정오
정진규의 알詩를 읽다가
알이 되고 싶어 모로 눕는다
구부릴대로 다 구부려
푹신한 양수를 뒤집어 쓰고
출렁거려도 요동이 없는
태아의 잠 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구나
알 속이 이렇게 아늑했던 거였구나
원점으로 돌아온 나는 작은 우주가 된다

따르릉,
누군가 내 잠을 쪼아댄다
`일어나야지`
익숙해진 부리가 말한다
아직 꿈을 덜 꿨어요
`깨어나야지`
뭉툭해진 부리가 말한다
눈을 뜰 수가 없어요
`깨진 껍질은 더 이상 알이 될 수 없어`
제겐 ...기댈 품이...... `철커덕` ......

내 몸에 얇아진 부리의 자욱이, 닳고 닳은 부리의 자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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