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림에 대하여

2007.10.02 02:37

장정자 조회 수:5

거친 세월을 마주쳐 살면서
어릴 때 부터 흙을 주워먹으며 배고픔을 견뎠다든가
아니면
한창 수줍은  이슬같은 나이에
누군가 등뒤에다
이상한 글귀를 철퍼덕 붙여 놓은 것도 모르고
이곳 저곳 휘돌아 다니다가
항상 그렇듯이
힐끗 힐끗 쳐다보며 비웃는듯 웃는듯
수군수군 대는 저항을 의례히
그러려니 받아들여야 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가
누군가 등뒤의 펫말을 불쌍한 눈빛으로 지우던
따뜻한 손길을 기억하면서
그 많은 아픔과 생채기를
마음에 비수같이 꽂고
그러나
저 깊은 곳에선
가여운 샘물 같은 것이 고여 있다가
연꽃처럼 고개 내밀고
여린 우물 한 켠을
수채화로 물들인 노을같은 심성이
도사리고 있었다
순한 연잎같은 가날픈 언어가
가슴을 박하사탕으로 덮어가고
속에서 뿜어나오는 여림의 아름다운 것이
거친 세월을 뒤엎고도 남았다
눈물을 삼키는 아픔으로
이제는  옛 잃어버린 조각 한웅큼 되어
아스라한 기억 밖에서
초연하게  웃는 여림을 껴안고서.
                                     장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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