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끓이며

2004.10.11 05:58

장효정 조회 수:16

         차를 끓이며
                                       장 효 정


이른 아침
투명한 내 윈도우에
햇빛이 기웃대면
나는 다기와 함께
내 마음의 창도 깨끗이 닦아
차를 끓인다

녹슨 시간들을 헉헉 토해내며
요동치며 들끓는 따끈한 물
진록색 잎맥에 부으면
아질아질 피어오르는 다향

하얗게 부풀던 내 아픔
후후 불어내고
끈적끈적한 삶의 찌꺼기들
어지러운 간밤의 꿈도
뜨거운 물에 헹구어 건져낸 후

그리움 한 방울 떨구어
아릿한 가슴에
수액을 넣으면

내 안에 있는 마른 골짝마다
시원한 물줄기 흘러
막힌 가슴 뚫어내리고
내 혈관 속 미세한 신경세포까지
기쁘게 깨어나는 아침

일상에 찌든 내 마음의 때
파아랗게 씻기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99 기다림... 강학희 2004.10.09 74
10398 가을 밤에는... 강학희 2004.10.10 51
10397 갈대숲 홍인숙(Grace) 2004.10.10 38
10396 말씀 장효정 2004.10.11 18
10395 빗 소리 장효정 2004.10.11 62
10394 추상화 장효정 2004.10.11 10
10393 실 향 기 장효정 2004.10.11 9
10392 풀 꽃 장효정 2004.10.11 9
» 차를 끓이며 장효정 2004.10.11 16
10390 공원 묘지 장효정 2004.10.11 93
10389 빙 하 장효정 2004.10.11 21
10388 이도강의 별 장효정 2004.10.11 24
10387 우울한 날에 장효정 2004.10.11 29
10386 꽃이되어 나비되어 장효정 2004.10.11 49
10385 살만한 이유 백선영 2004.10.11 43
10384 가을 줄타기 박경숙 2004.10.12 102
10383 풀꽃의 기도 백선영 2004.10.13 26
10382 조간 (행복 건지기) 백선영 2004.10.13 31
10381 환희 백선영 2004.10.13 32
10380 삐에로 백선영 2004.10.13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