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위한 기도

2004.08.27 12:05

홍인숙(Grace) 조회 수:226 추천:6






아버지의 단장(短杖)




홍인숙(Grace)




70kg 체중을 받아 안는다
85년 세월이 말없이 실려온다

침묵하는 상념의 보따리를 짊어지고
한 발자국씩 내딛는 굽은 다리를
묵묵히 반겨주는 검은 단장

12월 바람도 햇살 뒤로 숨은 날
조심조심 세 발로 새 세상을 향한 날

고집스레 거부하던 단장을 짚고
"난 이제 멋쟁이 노신사다"
헛웃음에 발걸음 모아보지만

늙는다는 건
햇살 뒤로 숨은 섣달 바람 같은 것
아버지 눈동자에 담겨진
쓸쓸한 노을 같은 것




그림: 김동순
음악: 푸치니
오페라 Gianni Schicchi 중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노래- Mirella Freni







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셨다.
눈에 총기도 없어지시고 허리는 더욱 굽어지셨다.

기분도 무거우신지 하루종일 시청하시던
위성 안테나를 통해 들어오는 고국 TV 방송도 안 보시고
누워 계시는 시간이 많아지셨다.

외출도 전혀 못하시고 식욕도 전 같지 않으신 아버지.
귀도, 눈도, 흐려지셨지만 그럴수록 생각의 깊이는 더욱 깊어지시는지
골똘히 상념에 잠겨 계시는 모습을 자주 뵙게 된다.

내 건강도 예전 같지 않다.
마음처럼 아버지의 수발을 잘 들어드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늘 나 자신을 부끄럽고 마음 아프게 한다.

오늘부터 3일간 교회에서 부흥성회가 열린다.
아버지의 건강을 위해서 그 옛날 뜨거웠던 신앙심을 되찾아
열심히 기도를 드릴 생각이다.

8. 27. 04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99 미주 한인 시문학의 특색과 가치 박영호 2004.08.23 405
10498 재외 동포 문학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 박영호 2004.08.23 761
10497 인터넷 유감 전지은 2004.08.25 98
10496 김동찬 2004.08.25 38
10495 비밀 김동찬 2004.08.25 89
10494 개똥벌레에게 김동찬 2004.08.25 71
10493 동물의 왕국 김동찬 2004.08.25 88
10492 봄날의 텃밭 김동찬 2004.08.25 60
10491 큰비 김동찬 2004.08.25 44
10490 밥을 먹다가 김동찬 2004.08.25 43
10489 대한독립만세 김동찬 2004.08.25 176
10488 새ㅡ 김동찬 2004.08.25 119
10487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고 싶다 오연희 2004.08.26 334
10486 종이새 강학희 2004.08.26 108
10485 말하기 강학희 2004.08.26 35
10484 먼 그대는 아름답다 강학희 2004.08.26 131
10483 록키산맥-그 모래성 이성열 2004.08.27 90
10482 사이먼과 가펑클 장태숙 2004.08.27 388
» 아버지를 위한 기도 홍인숙(Grace) 2004.08.27 226
10480 아틀라스의 후예 백선영 2004.08.28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