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2월, 애나하임 산

2006.02.11 12:25

안경라 조회 수:88 추천:6

적군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방둑 터지듯
빛의 출입구마저 무너지는 겨울 숲

비 없는 계절을 끝내 건너지 못한
어린 짐승들의 아늑했던 푸른 벽,
마주보며 살아온 마을도 어쩌지 못하는
큰 몸이 검은 연기로 포효하고 있다

어디로 피할거나
풀들은 나무들은 뛰놀던 생명들은.
총알도 아닌 것이 칼도 아닌 것이
착한 시민같은 저들을 공격하는
비무장 지대에서

어스름 저녁하늘에 길게 생긴 상여길
아무말 하지 마라
슬픔으로 빛을 접는 태양이
한 무더기 잿빛 영혼을 이끌고
지구 밖으로 떠나고 있을 때
불 타는 애나하임 산처럼
한 때 몸 비틀며 괴로와했던 아우야
네 둥지를 떠난 어린 새끼들
그러나 새 살로 다시 사는 너를 생각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타는 2월, 애나하임 산 안경라 2006.02.11 88
9098 향수 유은자 2006.02.11 251
9097 천상바라기 유성룡 2006.02.11 92
9096 군고구마 장태숙 2006.02.11 104
9095 그곳이 비록 지옥일지라도 장태숙 2006.02.11 127
9094 동면 준비 / 종파 이기윤 2006.02.14 140
9093 낮선땅 호수에서 / 종파 이기윤 2006.02.14 132
9092 안개속에서 / 종파 이기윤 2006.02.14 58
9091 봄기운 / 종파 이기윤 2006.02.14 75
9090 바보 어머니 정찬열 2006.02.14 127
9089 어머니의 가슴에 구멍은 김사빈 2006.02.14 182
9088 별 똥 별 정해정 2006.02.15 231
9087 말하는 집 정해정 2006.02.15 284
9086 네 잎 클로버 정해정 2006.02.15 344
9085 파피 정해정 2006.02.15 81
9084 앤드류 정해정 2006.02.15 122
9083 파피 정해정 2006.02.15 70
9082 황제 펭귄 정해정 2006.02.15 278
9081 삶이 이토록 무지근할 때엔 최대수 2006.02.17 98
9080 얼씨구 / 임영준 뉴요커 2006.02.17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