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하임 대첩은 계속된다

2006.03.14 02:56

정찬열 조회 수:58


   세계 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팀이 멕시코에 이어 거함 미국을 격파했다. 이승엽이 홈련을 친 경기는 반드시 이긴다는, 이승엽 홈런 불패신화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 4강. 다음은 우승이다. 오늘은 기쁜 날, 대한민국은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승리를 만끽했다.
   에인절 구장은 필자가 살고있는 애나하임에 있다. 우리동네 어귀에 있는 운동장에서 지금 한국이 참가하는 세계대회가 열리고 있는 중이다.    
  도꾜 대첩으로 한국이 일본을 꺾고 조 1위로 대회 참가가 확정된 직후부터 이곳 오렌지카운티 동포들이 한인회를 중심으로 한국팀 응원 준비를 시작했다. 애나하임시를 포함한 32개시에 흩어져 살고있는 20만 오렌지카운티 한인은 물론, LA를 비롯 인근에 사는 동포들도 가세하여 한마음으로 응원 대비를 했다. 각 단체 대표들이 회의를 거듭하면서 응원방법을 협의하고 꽹가리 징 장구 등의 응원에 필요한 악기를 모았다. 동포들은 가지고 있던 악기를 다투어 한인회 사무실로 가져왔다. 딱딱이 등 응원용구도 만들었다. 효과적인 응원을 위해 한국인이 함께 모일 수 있도록 3루쪽 표를 사도록 메스콤을 통해 미리 홍보를 했고, 상당량의 표를 한인회가 미리 구입하여 함께 응원할 수 있도록 했다.
  어제 저녁에 벌어진 한국과 멕시코의 대전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만 여명의 한인이 입장해 경기시작 2시간 전부터 태극기와 응원용 막대를 흔들며 한국팀에 힘을 보탰다. 주말인 때문인지 가족과 함께 구장을 찾은 사람이 많았고, 이제 막 백일이 지난 어린애를 데리고 나온 엄마도 있었다.  
  이날 에인절스 구장은 관중을 배려하여 한국어, 스페인어, 영어 등 3개국어로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경기시작 전 애국가가 시작되자 한국사람들의 합창이 스타디움에 크게 울려 퍼져나갔다. 어떤 나이든 분의 울먹이는 노래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경기가 시작된 뒤, 1회 말 이승엽이 휘두른 방망이에 맞은 공이 담을 넘어가 투런 홈런이 되자 한국응원단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3만 5천여 멕시코 응원단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2대1로 한국이 멕시코를 꺾으며 경기가 끝나자, 동포들이 서로 얼싸안고 승리를 자축했다. 핏줄이란 게 저런 것일까.
  오늘은 미국과 격돌하는 날이다. 우리가 뿌리내려 살아가는 이 나라와 조국 한국이 맞붙는 게임이다. 우리 2세들은 한국과 미국 어느 쪽을 편들까. 내가 아는 어떤 분이 아들한테 어느 나라를 응원하겠냐고 묻자, '엄마하고 아빠하고 누가 더 좋으냐'는 식의 질문을 꼭 해야만 하는 가고 되물었다고 한다. 아들의 답변이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어 머쓱해지더란다.
  경기는 예상을 뒤엎고 한국이 미국을 7-3으로 초토화 시켰다. 야구종주국 미국은 충격에 휩싸였다. 경기직후 방영된 ABC뉴스는 텅빈 응원석에 성조기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내보냈다. 축제분위기인 한국응원단과 극명한 대조가 되었다.  
  오는 15일 수요일 오후 7시, 일본과의 시합엔 필자도 대학생인 딸 고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운동장에 갈 계획이다. 아이들과 함께 구장에 가서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할 작정이다.
  이번에도 지난번 도꾜에서와 같이 한국이 일본을 시원하게 이겨줄지 궁금하다. 한국야구가 미국을 꺾어 이미 야구사의 한 획을 장식했지만, 일본을 이겨 연속 세 번 같은 운동장에서 승리를 한다면 '역사적인 에나하임 대첩'으로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 우리동네 야구장에서 벌어지는 이번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기록이 수립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06년 3월 15일자 광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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