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비

2004.08.25 15:25

김동찬 조회 수:44 추천:2

비가 오면 아버지는 우울해 하셨다.

어렸을 적 어떤 점장이가 할머니에게 말했단다.
그 아이에게 큰 비가 세 번 있다
태어날 때,
결혼할 때,
죽을 때.


아버지는 점장이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혹시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셨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 점장이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하셨다.
두 번은 맞았어.
이제 한 번 남았지.

나는 로즈힐에 아버지를 장사 지내며 따갑고 건조한 햇살들을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면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그 점장일 만나면 틀렸다고 얘기해 주세요.

나는 보상받을 길 없는 아버지의 우울 때문에 화가 치밀었다.
입심 좋았을 그 녀,
자기가 한 말을 태평하게 잊어버리고 쉬고 있을 그 년.

그런데 그 때 난 빗소리를 들었다.
세상이 물에 젖어 흐려지는 걸 보았지.
참말로 용한 점장이었다.
맞았어.
우리들 가슴에 내리는 큰 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9 아버지를 위한 기도 홍인숙(Grace) 2004.08.27 226
98 사이먼과 가펑클 장태숙 2004.08.27 388
97 록키산맥-그 모래성 이성열 2004.08.27 90
96 먼 그대는 아름답다 강학희 2004.08.26 131
95 말하기 강학희 2004.08.26 35
94 종이새 강학희 2004.08.26 108
93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고 싶다 오연희 2004.08.26 334
92 새ㅡ 김동찬 2004.08.25 119
91 대한독립만세 김동찬 2004.08.25 176
90 밥을 먹다가 김동찬 2004.08.25 43
» 큰비 김동찬 2004.08.25 44
88 봄날의 텃밭 김동찬 2004.08.25 60
87 동물의 왕국 김동찬 2004.08.25 88
86 개똥벌레에게 김동찬 2004.08.25 71
85 비밀 김동찬 2004.08.25 89
84 김동찬 2004.08.25 38
83 인터넷 유감 전지은 2004.08.25 98
82 재외 동포 문학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 박영호 2004.08.23 761
81 미주 한인 시문학의 특색과 가치 박영호 2004.08.23 405
80 가을속으로 오연희 2004.08.2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