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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에서 다우니*로

2009.08.11 00:38

윤석훈 조회 수:746 추천:50

점심시간 석촌호수 옆길 걸으며
바다 건너를 꿈꾸다
늦게라도 들어오는 날이면
대기실 통과하기가 왜 그리 미안하던지

궁리 가득한 흰 가운을
참고 기다려주는 환자들
나무를 보기 전에 숲을 보려했고
입을 보기 전에 인문학을 보려했던
젊음이 가고 있었다
십년 동안의 하얀 가운이
스물여덟 평 공간에 고여있기에는
너무도 짧을 것 같아 뒤척였던 수많은 밤들
빼곡히 자라던 안락의자는
꿈꾸는 모험 앞에서 늘 출렁거렸다

어렵게 밟았던 1997년의 엘에이 국제공항
렌터카 밖 코리아 타운 하늘은
발렌타인의 붉은 심장으로
세 식구를 맞아주었다

USC 제퍼슨가에서 맞춘 하얀 가운 입고
귀국의 청사진을 찍어보던 시절
열한 살 된 아들 위해
미국에서 살기로 결정하던 날
그래 바꿀 때는 바꿀 줄도 알아야겠지
녹슨 고철로 바꾸어 먹던 울릉도 호박엿이
목에 걸려 잠도 오지 않았다

점심시간 다우니 공원 호숫가 벤치에 앉아
소리 다른 붓으로 이국생활 그려보면서
처음의 사진과는 한사코 다른
호수에 비친 머리 하얀 중년의 사내를
우두커니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 southern california 에 있는 작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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