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훈의 창작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흑백사진
2006.07.09 13:26
고향을 생각하면 바다만 떠오릅니다
허리에 두 손 얹고 폼나게 찍은
오직 한장 뿐인 유년의 사진엔
바다만이 배경으로 남아 있습니다
흑백으로 덮힌 유년의 바다는
시간의 무덤 속으로 사라졌지만
쉼 없는 손짓으로 소년을 불러 세웁니다
깜깜한 밤에는 파도소리 들려주며
햇빛 창창한 날에는
가슴 작은 새로 바다 기슭을 걷게 합니다
8년 동안 바다의 품에서 부화되어
서울을 향할 때에도
바다는 담담하게 지켜보았습니다
다 자란 청년 되어
그 바다에 닿았을 때를 기억합니다
할머니의 어깨 같은 교정에서
속 없는 눈물을 많이도 흘렸었지요
눈물은 파도와 어울려 바다가 되었었지요
바다가 더 이상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으면
삶의 어딘가에 구멍이 뚫린 때였던 것을
기억합니다
바다의 꿈 그리고 바다의 힘과 함께
때로는 작아지고 때로는 파랗게 질려서도
넉넉한 호흡으로 부서질 줄 아는 파도처럼
그렇게 숨쉬며 흘러가고 싶습니다
허리에 두 손 얹고 폼나게 찍은
오직 한장 뿐인 유년의 사진엔
바다만이 배경으로 남아 있습니다
흑백으로 덮힌 유년의 바다는
시간의 무덤 속으로 사라졌지만
쉼 없는 손짓으로 소년을 불러 세웁니다
깜깜한 밤에는 파도소리 들려주며
햇빛 창창한 날에는
가슴 작은 새로 바다 기슭을 걷게 합니다
8년 동안 바다의 품에서 부화되어
서울을 향할 때에도
바다는 담담하게 지켜보았습니다
다 자란 청년 되어
그 바다에 닿았을 때를 기억합니다
할머니의 어깨 같은 교정에서
속 없는 눈물을 많이도 흘렸었지요
눈물은 파도와 어울려 바다가 되었었지요
바다가 더 이상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으면
삶의 어딘가에 구멍이 뚫린 때였던 것을
기억합니다
바다의 꿈 그리고 바다의 힘과 함께
때로는 작아지고 때로는 파랗게 질려서도
넉넉한 호흡으로 부서질 줄 아는 파도처럼
그렇게 숨쉬며 흘러가고 싶습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4 | 불의한 꽃 | 윤석훈 | 2010.05.23 | 913 |
53 | 피아노 | 윤석훈 | 2010.06.02 | 920 |
52 | 꽃의 경계 | 윤석훈 | 2010.06.21 | 1017 |
51 | 흘러가기 | 윤석훈 | 2010.09.11 | 800 |
50 | 아보카도 | 윤석훈 | 2010.11.29 | 716 |
49 | 여백에 대하여 | 윤석훈 | 2011.04.06 | 542 |
48 | 골목길 | 윤석훈 | 2011.04.06 | 455 |
47 | 시인과 명함 | 윤석훈 | 2011.04.06 | 507 |
46 | 봄안개 | 윤석훈 | 2011.04.11 | 459 |
45 | 대화 | 윤석훈 | 2011.04.11 | 500 |
44 | 낙관 | 윤석훈 | 2011.04.16 | 653 |
43 | 시간의 몸 | 윤석훈 | 2011.04.25 | 660 |
42 | 약속 | 윤석훈 | 2011.05.04 | 585 |
41 | 방향의 미학 | 윤석훈 | 2011.05.13 | 593 |
40 | 투병 일지 | 윤석훈 | 2011.05.23 | 561 |
39 | 담쟁이 | 윤석훈 | 2011.07.16 | 489 |
38 | 강아지풀 | 윤석훈 | 2011.07.16 | 507 |
37 | 백세를 위하여 | 윤석훈 | 2011.08.05 | 392 |
36 | 바다 이야기 | 윤석훈 | 2011.08.05 | 458 |
35 | 역설 | 윤석훈 | 2011.09.16 | 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