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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와 노래방

2007.10.10 13:28

윤석훈 조회 수:700 추천:46

    언제나 서 있는 노래방 안의 냉장고, 그의 몸은 자석 그림들로 가득했다 한번도 다녀온 적 없는 여러 나라의 자석 그림들이 체표면에 빽빽하게 붙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은 늘어났으나 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은 한번도 듣지 못했다 덕지덕지 붙은 자석으로 그의 몸무게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얼굴에도 이젠 그림 뿐이었다 얼굴 없는 그가 지키는 노래방에 분꽃 몇장 날아왔다

    오늘 그는 마이크를 잡고 수녀원에서 온 편지를 읽었다 수채화 같은 그녀의 글씨를 보았다 그의 뜰에 늘 분꽃으로 피어있을 것이라는 유서를 읽었다 그러니 그는 더 이상 담쟁이로 자라 그녀의 담장을 넘지 말아야 하리라 세상에서 가장 긴 노래를 찾다가 그만 두었다 가슴 저민다는 것, 흐르는 바람을 대신해 줄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만성 체증이 또 한번 밀려왔다

    육중한 철문을 열었다 빼곡히 들어있는 항목들이 조목조목 그를 쳐다본다 대부분 하나의 눈만을 가진 것들이었다 그 속에서 그는  갇혀있는 그녀의 심장을 보았다 그녀의 심방에 들어가 누웠다 얼음꽃 가득한 노래는 이글루처럼 차가왔으나 그 속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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