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훈의 창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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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2007.10.06 14:55
가을산 내려오다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떨어진 단풍닢의 대화를 듣는다 그래요 올해는 많이 웃는 잎이었으면 좋겠어요 떨어질 줄도 알고 따뜻하게 땅을 덮을 줄도 아는 잎이었으면 좋겠어요 겨울 내내 땅의 숨소리 듣다가 봄에는 아낌없이 새 힘으로 태어나 또 다른 잎으로 부활하는 나뭇닢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가을이 가기 전에 우리 웃는 단풍으로 병풍을 만들어요 머리 희끗희끗한 단풍닢이 관절염에 허리도 펴지 못하는 얼굴 노란 잎 덮어주며 속삭이는데 가을 햇살이 유독 그들만 비추는지 때 이른 눈사람이 왔다가는 늦가을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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