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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 발끝의 노래

2009.07.28 05:46

윤석훈 조회 수:424 추천:48

바람이 문자를 가져간다
이것은 창가에 매달아놓은 육체 이야기

창문을 열면
귀에서 귀로 냄새가 퍼졌다

그 발바닥을 보려면
얼굴을 바닥에 붙여야 하지
아무도 공중에 끈 자국을 보지 못한 때
문자가 내려와 땅을 디디려는데
바람이 그것을 가져갔단 말이지

구더기처럼 그림자가 떨어졌다

한 줄 남기고 다 버려 우리들의 문학수업
시외로 가는 차량 근처에 너를 떼어버리고 오다
멀리멀리 가주렴 문장아,내가 사랑했던 남자야

살갗 같았던 문장과 이별하고도
아름다운 시 한 편 쓰지 못하는 나는
목만 끊었다 붙였다

태양 아래 서서 혼자 부르는 노래
내 그림자 길이만큼 땅을 판다
내 그림자를 종이에 싼다
내 그림자를 땅에 묻는다
내 그림자 무덤에 두 번의 절
그리고 축문

오늘 나는 그림자없이 일어선다
흰 눈동자의 날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을 완성할 즈음
내 발목을 잡는 검은 손
어제 장례를 치른 그림자가 덜컥 붙는다
발끝을 내려다봐
끊은 목 아래
끔틀거리는 애벌레들

이별은 계속된다
바람이 문자를 가져간다
이것은 창가에 매달아놓은 육체 이야기

붙이고 붙인 살덩이를 끊고 끊어
차분히 내려놓을게
공중에 뜬 발바닥 아래로

다 내려놓을 테니 다 가져가란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