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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빛의 제국2

2005.11.28 07:03

윤석훈 조회 수:189 추천:13

제 몸보다 큰 거울을 얹은 채
자전거가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길의 저 편에서 이 편까지
빛의 통로가,순식간에,뚫려 나왔다
이 빛에 몸을 비추고 싶은가? 그가 물었다
다른 곳의 주민이고 싶은가?
그의 목소리는 낮고 고요했으나
거리는 더 적막했다
규칙적인 페달 밟는 소리가
어떤 결정을 암시하고 있었으므로
나는 내려가는 길을 걱정했다
은빛 바퀴가 어지러웠다
편안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미안했고
미안했으므로 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움직이는 것만이 뜻을 만들지
너 또한 풍경에 지나지 않는군
지나가는 그에게 나는
여전히 불 꺼진 창문인 모양이다
그에게는 사방 집들이 한결같다
나는 중얼거렸다
다만 길의 이 편에서 저 편까지
은빛 바퀴 위에서 그가
세상을 다른 곳으로 실어가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