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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입술

2005.12.04 00:06

윤석훈 조회 수:141 추천:13

너의 입술이 나에게로 왔다
너는 세기말이라고,했다

나의 입술이 네 볼언저리를 지나갔다
나는 세기초라고,했다

그때 우리의 입김이 우리를 흐렸다

너의 입술이 내 눈썹을 지나가자
하얀 당나귀 한 마리가 설원을 걷고 있었다

나의 입술이 너의 귀 언저리를 지나가자
검은 당나귀 한 마리가 석유밭을 걷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거리의 모든 쓰레기를 몰고 가는 바람

너의 입술이 내 가슴에서 멈추었다
나의 입술이 네 심장에서 멈추었다

너의 입술이 내 여성을 지나갔다
나의 입술이 네 남성을 지나갔다

그때 우리의 성은 얼어붙었다

말하지 않았다
입술만 있었다






***
허수경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1987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시집으로 <슬
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길>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등이 있으며,<동서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