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훈 서재 DB

문학자료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박형권---浦口

2006.04.09 03:07

윤석훈 조회 수:325 추천:15

  덕수란 놈이 형제섬 남쪽 2마일 지점에서
  물툼벙 300마리를 잡느라고
  이틀 밤을 꼬박 새우고
  경매에서 돌아왔지요
  통발선 모가지를
  선창에 묶고 아랫도리에 힘주어 상륙할 때
  비닐 하우스 안에서 담치를 까던
  덕수 마누라 애금이란 년이
  분홍색 눈으로 덕수를 더듬었습니다
  별이 깜박일 때까지 잠은 오지 않고
  파도 펑펑 치는 그 밤에
  몸 깎아 살을 불려온 적금을 헤아려 보고
  집 한 채 지은 듯 마음 뿌듯해지자
  몸 어딘가가 불끈불끈 일어섰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새끼들 일찍 재워놓고
  하루의 노동을 봅게 모셔서 발 씻겨주어야 할 시간
  후다닥 이불 속에 기어 들어가
  감창소리를 내는데
  몹쓸 것들
  시끄러워서 동네사람 잠 다 깨웠습니다
  손바닥만한 동네에서 좀 조용히 놀지
  저것들 재미있게 노는 소리를 듣고
  킥킥킥 웃으며
  옆집 숙희란 년도 슬그머니 구멍난 남편 런닌을 벗고
  분홍색 눈으로 즤 남편 석구를 더듬었는데
  선창에 자러왔던 가창오리 떼가 파다닥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소란한 그것은 밤사이 늘리 퍼져
  귀밝은 사람은 밤새 그렇게 놀았다는 거 아닙니까
  다음 날
  모두 아무 일 없다는 듯,덕수란 놈은 또 배에 시동을 걸고
  덕수 마누라 애금이 년도 가랑이를 앙다물고 말 한마디 없이 담치를 톡
톡 깟습니다
  굵고 짧은 것과 좁고 넓은 것의 에너지가 生의 밤을 밀어내고
  아침을 힘차게 열어제쳤습니다
  텃밭 마늘처럼 쑤쑥 커주는 새끼들은 병아리처럼 종종종 분교로 가고
  오늘은 물일 하기 참 좋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