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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진흙 얼굴

2006.09.17 06:25

윤석훈 조회 수:185 추천:19

  뎅그렇게 얼굴만 자꾸 진흙으로 빚어내는 조각가에겐
제 목을 잘라 얹어놓은 흰 접시가 있다 술과 고기는 창자
를 지날 뿐 몸에는 여전히 부처가 있다라는 건 사막에서
떠도는 이야기이다 조각가의 목은 길어서 칼로 베기가 안
성맞춤이지만 너무 자주 접시 위에 얹어졌다 전봇대가 직
렬 연결에 열중한다면 조각가는 자신의 얼굴을 비춘 거울
을 굽는 데 집중한다 앙다문 입 바로 안쪽의 동굴에 가득
한 것이 모래라면, 뱉어낼 것이 아니라 모래로 씌어지는
글자를 찾아야 한다 그러니까 내 얼굴도 흩어지는 모래를
감싸고 여민 흔하디흔한 비닐봉지인 셈이다 금방 터져 내
용물이 흘러나올 것을 알고 있는 듯 울음은 두 손을 끌어
당겨 급한 것부터 가린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새겨지는
점토판, 얼굴



송재학 시집 <진흙 얼굴>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