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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권---전복 맛은 변하지 않는다

2006.04.09 02:53

윤석훈 조회 수:162 추천:14

  마흔 넘은 철수는 남들 다 가는 장가도 못 가고
  숫내나는 방파제에 앉아 生의 그물을 기운다
  그때,저녁안개를 뚫고 김베드로가
  이천 년 전의 베드로처럼 전복 한 광주리를 꿰어차고
  갈릴리 교회로 간다
  납작한 전복을 보면
  우리의 철수는 EQ가 여자들 거시기 쪽으로 정립되어 있다
  형님,몇 마리 주고 가슈 한다
  베드로 안 된다고 고개 내려놓지 않는다
  쳇,싫으면 관두슈 하고
  철수는 헐렁해진 마음 가닥의 신경망을 몸팡지게 당기고
  아래가 생선이든 위가 생선이든 아무래도 좋은
  인어 한 마리 꼬드겨 생각 속에 가둔다
  시시한 생각은 샛바람을 몰고 온다
  철수는 어머니 밥 챙겨드릴 인어 한 마리 낚아서
  말만 잘 통하면 물거품이 될 때까지 허무하게 살고 싶다
  바다를 보고 키득키득 웃는 철수를 보고
  파도가 얄궂다고 하얀 눈을 흘긴다
  철수는 이미 파도하고 사이좋은 사이,둘 사이에 영희는 없다
  철수는 피했지만,김베드로는<우리슈퍼>평상에서 잡혔다
  아,전복구이 썰어놓고 술 생각나는 저녁,
  아무나 잡고 술주정을 해도
  그러려니 생각하는 로마제국 변두리 소슬한 동네
  장가든 동네 아우들 미안한 마음에 철수에게 술 한잔씩 밀어놓고
  예수 따라 나섰다가 돌아온 김베드로,
  歸港의 길에서 예쁜 처녀 봐뒀다고 슬슬 철수를 긁고
  자글자글 꼬솜하게 익는 전복
  이천 년 전이나 오늘이나
  그 맛 배신하지 않고 행복하게 굽힌다
  지나가더 목사도
  세심사 중도 내려와 한 토막씩 얻어먹고
  나도 염치없이 끼었다,거시기 같은 것이 뱃놈을 오장육부처럼 쫄깃쫄
깃하다
  그러니까 더 바랄 것 없이 이 정도면 행복인 것이다
  무엇도 모르는 로마여 웬만하면 너도 한잔 땡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