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훈 서재 DB

문학자료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박형권---봄, 봄

2006.04.08 07:33

윤석훈 조회 수:155 추천:17

  두 젊음이 다리 끝에서 아지랑이를 피워올린다
  연애질 하고 있다
  눈빛 마주칠 때 참꽃 피고
  손 닿을 듯 할 때 개나리 벙그러지고
  내일 들에서 쑥 캐는데
  너 나올래
  불쑥 오지말고
  늑대처럼 침 흘리며 빙글빙글 둘러서 다가올래, 할 때
  목련꽃 흐드러지고
  동네가 눈을 틔우는 마늘 싹 만해서
  봄비 기다리는 마루 끝에 앉아서도
  아닌 체 서로 끌어당기는 모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의 좋은 시절도 복숭아꽃 피었고 복숭아 털 같은 최루탄 사이를 이리
저리 피해 다니며
  잘 모르는 자유, 노래하다 지치고
  전자석처럼
  문득 나를 끌어당기는 여자가 있었다
  이제는 예쁘게 노는 모습에 참으로 눈이 부시기 시작하는 나이
  해줄 것은 없고 시계를 한 시간씩 되돌려놓으면 그것도 부질없다
  봄은 노루꼬리보다 짧으니 힘껏 하는 만큼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고
  속마음은 제비꽃처럼 부리가 뾰로통해지고
  그때 그 나이인 저 아이들 믿고
  봄을 맡겨도
  괜찮을까 하며
  겨울이 능구렁이 꼬랑지를 담부랑에 남긴다 누구나 한번쯤은
  꽃봉오리로 팬티를 해 입고 싶은
  봄이
  쑥 캐는 년 궁둥짝만큼 염치없다
  봄은 저 아이들 연애질하게 오는 것이니 행여 나비처럼도 밟지 마시라
  봄, 봄 해봐도 젊음 속의 봄 만한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