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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언---일상에 단 한번

2006.03.01 02:14

윤석훈 조회 수:322 추천:17

봄나물같은 여자아이들이 나팔랑거리며
줄넘기를 하고 있다

아가미로 호흡을 하며 나는 수족관속을 거닌다

여자아이들이 까르륵 흰 치마를 뒤집으면
봉긋한 젖가슴도 먼 산처럼 또는 도마 위 상처처럼 웃는다
저 여자아이들 속에 흑인 하나만 있었더라면
시꺼먼 맨발로 여자아이들과 함께 뛰는 그림자같은 흑인 하나만 있었더라면

골목은 서서히 넓어지고
집들은 골목길을 따라 흘러가고

지느러미로 물을 쓸면서, 나는 수족관의 벽에 코를 짓찧는다

아, 저 사과같은 여자아이들 속에
거대하게 부푼 성기를 빠닷 세운 흑인 하나만 있다면
흑인의 성기를 여자아이들이
난간처럼 붙잡고
어디로 내딛는다면, 나는 좋겠는데

내 코가 수족관 유리벽을 불쑥 통과하고
물은 허공중에 둥둥 떠다닌다
햇살이 조금 더 필요한 봄날 오후에

저 여자아이들속에 흑인 하나만 있다면
저 여자아이들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 하나만
새겨줄 수 있다면

내가 걸어간다. 두발이 없는 내가 네발로 기어간다
여자아이들은 새털보다 가볍게 줄넘기를 하고

나는 그 옆에 선다
나팔랑거리며 깡총 뛰어오르는 여자아이들의 치마 속으로
나는 미끄러져 들어간다
너희는 나의 아이를 낳아라
밤마다 눈물을 쏟으면서, 나의 아이들을 낳아라

아, 저 여자아이들 속에 흑인 하나만 있다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도
저 여자아이들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