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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인---똥 냄새

2006.03.01 03:22

윤석훈 조회 수:138 추천:17

보너스에 대한 소문은 들꽃처럼 퍼져나갔지요
그리고 보너스가 조금 나올 것도 같다는 아주 희망적인 소식이 있었고요
정확하지는 않아요. 요즘은 공장 상황이 안 좋아요. 또 누굴 믿을 수 있겠어요
보너스에 대한 소문 이후, 공장은 일에만 몰입 할 수 없었지요
공장 화단에 떨어진 햇빛은 병조각과 싸우다 피를 보고
땅에 파묻힌 라면봉지 '라면'이라는 글자를 붙잡고 울었지요

바람은 굴뚝의 연기를 끈적끈적 쫓아다니기도 하고
심심하면 덜컹덜컹 철문을 두드리고 청소부가 담아놓은 쓰레기통을 뒤져
너 갈 테면 '가라'쓰레기를 줄여놓았지요
뒤뚱거리는 수위는 손전등을 들고 대낮부터 이 쓰레기 같은 놈들 봐라
호령하면서도
딸깍딸깍 공장의 위치를 외계에 알리고 있었죠
보너스가 어느 구명으로 나오는지 오늘은 붙잡고 말리라,
공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떼가 밤새 울며
공장 지붕을 걸어가다 멈추고 걸어가다 멈추고 했지요

그 누구도 보너스가 어느 구멍에서 나와 어느 구멍으로 튈지 몰랐지요
어딜 갔다 오시나요? 아옹아옹,아옹아옹
고양이 떼의 집단적 설음이 느껴지고 있을 때
일을 하다 말고 똥을 싸고 온 사람한테서 똥 냄새가 났지요
똥 냄새를 옮기는 걸음 앞에서 아옹아옹 아옹아옹 아옹아옹 고양이 떼는
보너스 냄새를 서로 찾아내려고 공장 이곳저곳을 뒤지고 다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