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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저무는 봄밤

2006.03.11 07:12

윤석훈 조회 수:201 추천:15


봉천본동 개나리 누런 바람
그해는 유난히 배가 고팠네
그애도 쌀 한 봉지에 하초를 벌리던 그애도
그애 방에 자주 오던 아저씨들도
이제 막 간지럼을 피며 돋아들던 그애 젖망울도
비릿한 초경. 붉은 달처럼
저물어가 카바이드불 낮게 흔들리는
포장집마다 흉흉한 소문이 돌고
여자들이 떼로 몰려와 그애 머리채를
휘어감던 봄밤도
배가 고팠네 떠날 때 그애를 거두어갔다던
하수도 치는 늙다리 총각 절룩이는 그의
황사 같은 반쪽 다리도
이제 막 물이 오르기 시작한 그애의 하초도
눈에 가득 봄밤을 담고
저물어 저물어가던 봉천본동 개나리
누런 입술 위를 슬몃거리던
바람도 아흐 집집마다 슬레이트 지붕 위로
덮쳐오던 저무는 봄밤
시퍼런 내침의 봄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