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자료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송찬호---만년필
2006.03.11 08:15
이것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인가
만년필 끝 이렇게 작고 짧은 삽날을 나는 여
지껏 본 적이 없다
한때, 이것으로 허공에 광두정을 박고 술
취한 넥타이나 구름을 걸어 두었다 이것으
로 경매에 나오는 죽은 말대가리 눈화장을
해주는 미용사 일도 하였다
또 한때, 이것으로 근엄한 장군의 수염을
그리거나 부요한 앵무새의 혓바닥 노릇을
한 적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이것으로 공원
묘지에 일을 얻어 비명을 읽어주거나, 비로
소 가끔씩 때늦은 후회의 글을 쓰기도 한다
그리하여 별 좋은 어느 가을날 오후 나는
눈썹 까만 해바라기 씨를 까먹으면서, 해바
라기 그 황금 원반에 새겨진 '파카'니 '크리
스탈'이니 하는 빛나는 만년필 시대의 이름
들을 추억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오래된 만년필을 만지작
거리며 지난날 습작의 삶을 돌이켜본다-
만년필은 백지의 벽에 머리를 짓찧는다 만
년필은 캄캄한 백지 속으로 들어가 오랜 불
면의 밤을 밝힌다- 이런 수사는 모두 고통
스런 지난 일들이다!
하지만 나는 책상 서랍을 여닫을 때마다
혼자 뒹굴어 다니는 이 잊혀진 필기구를 보
면서 가끔은 이런 상념에 젖기도 하는 것이
다- 거품 부글거리는 이 잉크의 늪에 한 마
리 푸른 악어가 산다
만년필 끝 이렇게 작고 짧은 삽날을 나는 여
지껏 본 적이 없다
한때, 이것으로 허공에 광두정을 박고 술
취한 넥타이나 구름을 걸어 두었다 이것으
로 경매에 나오는 죽은 말대가리 눈화장을
해주는 미용사 일도 하였다
또 한때, 이것으로 근엄한 장군의 수염을
그리거나 부요한 앵무새의 혓바닥 노릇을
한 적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이것으로 공원
묘지에 일을 얻어 비명을 읽어주거나, 비로
소 가끔씩 때늦은 후회의 글을 쓰기도 한다
그리하여 별 좋은 어느 가을날 오후 나는
눈썹 까만 해바라기 씨를 까먹으면서, 해바
라기 그 황금 원반에 새겨진 '파카'니 '크리
스탈'이니 하는 빛나는 만년필 시대의 이름
들을 추억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오래된 만년필을 만지작
거리며 지난날 습작의 삶을 돌이켜본다-
만년필은 백지의 벽에 머리를 짓찧는다 만
년필은 캄캄한 백지 속으로 들어가 오랜 불
면의 밤을 밝힌다- 이런 수사는 모두 고통
스런 지난 일들이다!
하지만 나는 책상 서랍을 여닫을 때마다
혼자 뒹굴어 다니는 이 잊혀진 필기구를 보
면서 가끔은 이런 상념에 젖기도 하는 것이
다- 거품 부글거리는 이 잉크의 늪에 한 마
리 푸른 악어가 산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91 | 김영태---누군가 다녀갔듯이 | 윤석훈 | 2006.02.11 | 208 |
190 | 백무산---경계 | 윤석훈 | 2006.11.29 | 207 |
189 | 조연호---선생의 빗 | 윤석훈 | 2006.02.25 | 205 |
188 | 김광규---토막 기사 | 윤석훈 | 2005.05.09 | 205 |
187 | 김춘수---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윤석훈 | 2005.03.14 | 204 |
186 | 박상순---목화밭 지나서 소년은 가고 | 윤석훈 | 2006.01.28 | 203 |
185 | 윤성택---대학병원 주차장 | 윤석훈 | 2005.06.24 | 202 |
184 | 김선우---목포항 | 윤석훈 | 2006.08.09 | 201 |
183 | 허수경---저무는 봄밤 | 윤석훈 | 2006.03.11 | 201 |
182 | 이장욱---오늘도 밤 | 윤석훈 | 2006.02.25 | 200 |
181 | 고은---인사동 | 윤석훈 | 2005.05.11 | 200 |
180 | 이윤학---직산 가는 길 | 윤석훈 | 2006.02.25 | 199 |
179 | 박정대---수염 | 윤석훈 | 2005.12.03 | 198 |
178 | 문정희---러브호텔 | 윤석훈 | 2005.05.21 | 198 |
177 | 강연호---산수유 마을에 갔습니다 | 윤석훈 | 2006.07.23 | 197 |
176 | 박주택---독신자들 | 윤석훈 | 2006.01.16 | 197 |
175 | 이문재---농담 | 윤석훈 | 2005.09.21 | 197 |
174 | 김현승---시의 맛 | 윤석훈 | 2006.01.27 | 195 |
173 | 조정권---비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마음의 형태 | 윤석훈 | 2006.01.30 | 193 |
172 | 장철문---하늘 골목 | 윤석훈 | 2006.01.28 | 1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