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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우리 시대의 시창작론

2006.03.30 00:27

윤석훈 조회 수:283 추천:26

시를 시답게 쓸 것 없다
시는 시답잖게 써야 한다
껄껄껄 웃으면서 악수하고
이데올로기다 모더니즘이다 하며
적당히 분바르고 개칠도 하고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똥끝타게 쏘다니면 된다
똥냄새도 안 나는
걸레냄새 나는 방귀나 뀌면서
그냥저냥 살아가면 된다
된장에 풋고추 찍어 보리밥 먹고
뻥뻥 뀌어대는 우리네 방귀야말로
얼마나 똥냄새가 기분 좋게 났던가
이 따위 처억에 젖어서도 안 된다
저녁연기 피어오르는 옛마을이나
개불알꽃에 대한 명상도
아예 엄두 내지 말아야 한다

시를 시답게 쓸 것 없다
시는 시답잖게 써야 한다
걸레처럼 살면서
깃발 같은 시를 쓰는 척하면 된다
걸레도 양잿물에 된통 빨아서
풀먹여 다림질하면 깃발이 된다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 된다

ㅡ벙그는 난초꽃의 고요 앞에서
'우리 시대의 시창작론'을 쓰고 있을 때

내 마빡에서 별안간
'네 이놈!'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만 연필이 뚝 부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