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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택---독신자들

2006.01.16 00:00

윤석훈 조회 수:197 추천:14

어느덧 세월이었다.눈과 귀를 이끌고 목마름에 서면
자주 가슴속을 드나들었던 침묵은 미처 못다 한 말이 있는 듯
가을을 넘어가고 열매만이 영웅의 일생을 흉내 낸다
저기 바람 불지 않아도 펼쳐지는 시간의 전집은
나의 것이 아니다 마른 잎이 끌리는 심장의 한가운데에서
울려 퍼지는 외침들은 나의 자식이 아니다
나는 다만 말의 잎사귀들이 서로의 몸에 입김을 눕힐 때
지팡이를 짚은 채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았을 뿐
어떤 뉘우침도 빛이 되지 못했다 고독한 문들이 기쁨을
기다리며 소유를 주저하지 않고 나를 다녀가 계절에게
홀로 있음을 누치 채게 하여 업신여김을 받는 동안
시간의 젖은 늘어지고 시간으로부터 걸어 나온 환멸만이
거리를 메운다 어느덧 평화에 수감된 목쉰 주름에 섞여
눈보라 치는 밤 결빙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언 몸을 녹이는
찻집 허름한 책을 비집고 나온 한 올 연기는
전생을 감아올리다 흰 문장으로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