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훈 서재 DB

문학자료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김현승---시의 맛

2006.01.27 08:28

윤석훈 조회 수:195 추천:13

멋진 날들을 놓아두고
시를 쓴다.
고궁엔 벚꽃,
그늘에 괴인 술,
멋진 날들을 그대로 두고
시를 쓴다.

내가 시를 쓸 때
이 땅은 나의 작은 섬,
별들은 오히려 큰 나라.

멋진 약속을 깨뜨리고
시를 쓴다.
종아리가 곧은 나의 사람을
태평로 2가 프라스틱 지붕 아래서
온종일 기다리게 두고,
나는 호올로 시를 쓴다.

아무도 모를 마음의 빈 들
허물어진 돌가에 앉아,
썩은 모과 껍질에다 코라도 부비며
내가 시를 쓸 때,
나는 세계의 집 잃은 아이
나는 이 세상의 참된 어버이
내가 시를 쓸 땐

멋진 너희들의 사랑엔
강원도풍의 어둔 눈이 나리고,
내 영혼의 벗들인 말들은
까아만 비로도 방석에 누운
아프리카산 최근의 보석처럼
눈을 뜬다.
빛나는 눈을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