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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림---손목

2006.01.28 13:20

윤석훈 조회 수:187 추천:19


나 어릴 때 학교에서 장갑 한 짝 잃고
울면서 집에 온 적이 있었지
부지깽이로 죽도록 맞고 엄마한테 쫓겨났지
제 물건 하나 간수 못하는 놈은
밥 먹일 필요도 없다고
장갑 찾기 전엔 집에 들어오지도 말라며.

그런데 저를 어쩌나
스리랑카에서 왔다는 저 늙은 소년은
손목 한 짝을 흘렸네
몇 살이나 먹었을까 겁에 질린 눈은
아직도 여덟 살처럼 깊고 맑은데
장갑도 아니고 손목을 잃었네
한하운처럼 손가락 한 마디도 아니고
발가락 하나도 아니고
손목을 잃었네.

어찌 할거나 어찌 집에 갈거나
제 손목도 간수 못한 자식이.
저 움푹한 눈망울을 닮은
엄마 아버지 아니 온 식구가,아니
온 동네가 빗자루를 들고 쫓을 테지
손목 찾아오라고 찾기 전엔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말라고.

찾아보세나 사람들아
붙여보세나 동무들아
고대로 못 붙여 보내면
고이 싸서 동무들 편에 들려 보내야지
들고 가서 이렇게 못쓰게 되었으니
묻어버려야 쓰겠다고
개 엄마 아버지한테 보이기라도 해야지
장갑도 아니고
손목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