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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어린 새의 죽음

2006.02.08 04:42

윤석훈 조회 수:241 추천:13

아침 숲길 걷다가 푸른 죽음을 본다
벌써 굳어 선지가 되어버린 피,
송판처럼 딱딱해진 죽음 손 위에 올려놓고
들여다본다 모든 죽음은 산 자들을 경건하고
엄숙하게 한다 비록 그것이 비명횡사일지라도
삶의 옷깃 여미게 하는 것이다
그가 남긴 짧지만 두꺼운 서사를 읽는 동안
수목 사이 응얼응얼 걸어오는 바람의 기도 소리와
고른 바닥 굴러가는 청량한 물의 독경 소리가
목도리인 양 추워 가늘게 떠는 어깨 감싼다
죽음을 살아오는 동안 그는 과연 자유를 껴입고
즐거웠을까 장 속의 새가 부러웠을까
사람들은 너무 쉽게 말하지만
자유 없는 비참과 양식 없는 고통을
저 흔한 인습의 저울추로 잴 수는 없다
양지바른 언덕 짧게 살다 간
투명한 영혼 잠들지 않고 깨어 있다
묘비명 새겨 마음의 방에 걸어둔다
이제 곧 부패의 시간이 그를 다녀가리라
그는 한 마리 벌레 한 그루 나무
한 포기의 풀로 몸 바꿔 또 다른 생 경영하리라
그의 때 이른 죽음에 내 지나온 생과
다가올 생 포개 심고 돌아와
정결히 손 씻고 밥 한 그릇 달게 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