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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사건들

2006.02.25 23:31

윤석훈 조회 수:140 추천:11

  이 소설의 등장인물이 그들의 주요 서식지다. 사건과 사건을 연결하는
등장인물은 광대하고 모호하고 그만큼 일처리가 늦다. 기다리는 것은 사
건이다.
  섣불리 움직이는 사건을 본 적도 있다. 그들이 인물을 파고드는 순서는
사건이 일어나는 순서와 무관하다. 이 소설을 보면 시간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공간도 누군가를 향해서 뛰어들지 않는다. 누군가를 중심으로 사
건은 모이지도 않는다. 고유번호처럼 인간의 본성은 여전히 암흑이다. 난
장판에 가까운 그들의 서식지는 사람의 서열을 따지지 않는다.
  그들의 편찬사전엔 내 이름도 소설로 들어가 있다. 나의 인물됨됨이도
그들에게는 여전히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들이 나를 불러줄 리 없다.
내가 다가가는 방식으로 그들이 다가와서 나와 나의 친구들과 몇 안 되는
적들을 포획해간다. 하나의 사건을 위해서 우리들이 모였다.
  우리들은 모여서 의논하는 버릇이 있다. 그들은 흩어지면서 빈집을 방
문한다.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믿기지 않는 한 사람의 떡 벌어진
(사실은 텅 빈) 입 속으로 들어가서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다. 책장을 넘기
면 다음 사건들이 소문의 진위를 파고들 것이다.
  종결된 사건은 더 이상 책을 만들지 못한다. 자신의 몸이 공간이라고 생
가하는 사람은 이제 책을 덮고 한 권의 소설이 될 것이다. 그것은 밤하늘
의 천체처럼 빛나는 궤도를 가지지 않는다. 스스로 암흑이 되어갈 뿐이다.
소문처럼 텅 빈 공간을 이 소설이 말해주고 있다. 등장인물은 거기서 넓게
발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