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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마른 물고기처럼

2005.06.05 14:42

윤석훈 조회 수:87 추천:7

  어둠 속에서 너는 잠시만 함께 있자 했다
  사랑일지도 모른다,생각했지만
  네 몸이 손에 닿는 순간
  그것이 두려움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너는 다 마른 샘 바닥에 누운 물고기처럼*
  힘겹게 파닥거리고 있었다.나는
  얼어 죽지 않기 위해 몸을 비벼야 하는 것처럼
  너를 적시기 위해 자꾸만 침을 뱉었다
  네 비늘이 어둠 속에서 잠시 빛났다
  그러나 내 두려움을 네가 알았을 리 없다
  밖이 조금씩 밝아오는 것이,빛이 물처럼
  흘러들어 어둠을 적셔버리는 것이 두려웠던 나는
  자꾸만 침을 뱉었다,네 시든 비늘 위에.

  아주 오랜 뒤에 나는 낡은 밥상 위에 놓여진 마른 황어들을 보
았다.
  황어를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지만 나는 너를 한눈에 알아보
았다.
  그 황어는 겨울밤 남대천 상류의 얼음 위에 앉아 잡은 것이라
한다.
  그러나 지느러미는 꺾이고 그 빛나던 눈도 비늘도 다 시들어버
렸다.
  낡은 밥상 위에서 겨울 햇살을 받고 있는 마른 황어들은 말이
없다.



* <장자>의 <대종사> 에서 빌어옴."샘의 물이 다 마르면 고기들은
땅 위에 함께 남게된다.그들은 서로 습기를 공급하기 위해
침을 뱉어주고 거품을 내어 서로를 적셔준다.하지만 이것은
강이나 호수에 있을 때 서로를 잊어버리는 것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