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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민물고기 주둥이

2005.08.28 02:12

윤석훈 조회 수:92 추천:6

여름 내내 비워두었던 방의 창문은
막 산산조각나고 있는 초록 거울이 버겁다
방충망 전체에 번진 담쟁이넝굴은
거울 파편의 섬광을 빌려 단숨에 나에게 왔다
눈부터 찔렸다
햇빛이 담쟁이 잎새들을 손도장처럼 누르면서
다물지 못하는 상처인 양 아프게 했다
이 방에서 멀긴 했지만 내 육체에도 담쟁이가
기어 들어온 흔적은 있다
딱딱하게 굳은 머리 속을 휘젖다가
결국 반죽도 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담쟁이 초록 잎새들은
죄다 담수어의 주둥이를 가졌기에
내 울대를 피해 빈 방으로 건너갔던 것이다
어둔 곳에서 오래 헤엄치다
고요의 지느러미가 생겼던 것이다
나는 지금 막 부서지고 흩어지려는 초록 거울 앞이다
물고기 주둥이를 만지고픈 늦여름 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