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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종---국외자
2005.11.05 03:00
나는 어떤 출구도 찾지 못해서
담장 위에서 흘러내린 병든 장미향기에 취했다
울부짖을 입은 없는데 귀는 열려 있어서
담장 위 새들의 끝없는 빈정거림을 들어야 했다
나의 임무는 삭풍 속의 미루나무 같은
잔혹한 고독을 경작하는 일뿐
나의 사랑은 황음 속에서만 발기했다
여자들은 암소처럼 큰 음부를 들이대며
나의 영혼을 몽유의 안개처럼 거두어갔다
모퉁이의 오동잎이 떨어지는 건 가장 슬픈 일.
내가 슬픈 시간 속에서 쌓은 것은 세상에서
나의 불행을 가장 큰 걸로 믿는 어리석음 뿐이었다
그 오해가 없었다면 이미 오래 전에 무너졌을
나는 대낮에도 자꾸 봉두난발에 휘감겼다
그렇게 휘감겨 넘어진 우울을 벗고
명상하기 위해 신을 내몰았다는 어느 현자처럼
나는 절망하기 위해 귀찮은 신을 내몰았다
낙엽처럼 가벼운 말엔 넋을 놓고
나무둥치처럼 중대한 말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세상에서,내 안에 끝없이 지속시켜온 열정이
내 안을 다 태워버린 후 발견한 문 한 짝,
가만 보니 열쇠는 담장 저쪽에서 잠겨 있었다
나는 어떤 출구도 찾지 못한 게 아니라
애초에 입구가 막힌 삶을 살았던 것이다
***
고재종
1957년 전남 담양 출생
198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바람 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 <새벽 들>
<사람의 등불>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쪽빛 문장> 등
담장 위에서 흘러내린 병든 장미향기에 취했다
울부짖을 입은 없는데 귀는 열려 있어서
담장 위 새들의 끝없는 빈정거림을 들어야 했다
나의 임무는 삭풍 속의 미루나무 같은
잔혹한 고독을 경작하는 일뿐
나의 사랑은 황음 속에서만 발기했다
여자들은 암소처럼 큰 음부를 들이대며
나의 영혼을 몽유의 안개처럼 거두어갔다
모퉁이의 오동잎이 떨어지는 건 가장 슬픈 일.
내가 슬픈 시간 속에서 쌓은 것은 세상에서
나의 불행을 가장 큰 걸로 믿는 어리석음 뿐이었다
그 오해가 없었다면 이미 오래 전에 무너졌을
나는 대낮에도 자꾸 봉두난발에 휘감겼다
그렇게 휘감겨 넘어진 우울을 벗고
명상하기 위해 신을 내몰았다는 어느 현자처럼
나는 절망하기 위해 귀찮은 신을 내몰았다
낙엽처럼 가벼운 말엔 넋을 놓고
나무둥치처럼 중대한 말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세상에서,내 안에 끝없이 지속시켜온 열정이
내 안을 다 태워버린 후 발견한 문 한 짝,
가만 보니 열쇠는 담장 저쪽에서 잠겨 있었다
나는 어떤 출구도 찾지 못한 게 아니라
애초에 입구가 막힌 삶을 살았던 것이다
***
고재종
1957년 전남 담양 출생
198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바람 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 <새벽 들>
<사람의 등불>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쪽빛 문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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