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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상쾌해진 뒤에 길을 떠나라

2010.10.27 02:59

윤석훈 조회 수:238 추천:30

그대가 불행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대의 삶이
타인에 대한 불평과 원망으로 가득할 때
아직 길을 떠나지 말라.

그대의 존재가
이루지 못한 욕망의 진흙탕일 때,
불면으로 잠 못 이루는
그대의 밤이 사랑의 그믐일 때
아직 길을 떠나지 말라.

쓰디쓴 기억에서 벗어나
까닭 없는 기쁨이 속에서 샘 솟을 때,
불평과 원망이 마른 풀처럼 잠들었을 때,
신발끈을 매고
길 떠날 준비를 하라.

생에 대한 온갖 바람이 바람인 듯 사라지고
욕망을 여윈
순결의 사랑이
아침 노을처럼 곱게 피어 오를 때,

단 한 벌의 신발과 지팡이만 지니고도
새처럼 몸이 가벼울 때,
맑은 하늘이 내리시는
상쾌한 기운이 그대의 온몸을 감쌀 때

그대의 길을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