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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유리병에 담긴 소식

2005.05.04 16:41

윤석훈 조회 수:184 추천:17

                  유리병에 담긴 소식

                                                      남진우



유리병에 소식을 적어 바다에 띄운다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문지방에 도로 밀려와 있다
상어의 잇자국과 폭풍우가 머물다 간 흔적이 남아 있는 유리병
어둠의 물살이 핥고 지나간 자리에 서서
나는 담배를 피우고 조간신문을 주워든다

한때 망명 정부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얼마나 많은 정부가 백지 위에 세워졌다 쓰러졌는가
유리병에 담긴 편지를 구겨 버리고
창 밖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새떼를 바라본다

시계의 초침과 분침이
내 심장과 머리를 분할한다
서류와 잡담 사이
유리병은 떠올랐다 다시 가라앉고

하루 종일 책상 앞에서 나는 긴 편지를 쓴다
아무도 내게 소식을 전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끊임없이 소식을 적어 유리병을 띄워 보낸다
그 어디에도 없는 누군가에게 가 닿기를 기다리며

깊은 밤 아득히 멀리
유리병은 떠내려 간다 내 꿈에 실려
유리병은 부서져 나간다 숨겨진 암초에 부딪쳐
물에 젖어 서서히 지워지는 글자들의 바다
잠이 깨면 얼룩이 진 종잇조각 하나만
내 문지방에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