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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최근의 고백

2005.05.11 16:13

윤석훈 조회 수:214 추천:17

한밤중 혼자 흐득흐득 울고 울었던
그 울음의 하얀 소용돌이 어디로 갔나
이토록 내 등뼈에는 슬픔이 없어졌다
모든 감탄사는 허망하다
날이날마다 한사코 달라붙던
구두 밑창의 오뇌도 없다
겨울 항구에는
떠나갈 짐과
들어온 짐 에워싸고 온통 바람 속인데
나에게는 이토록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가슴인가

달동네 난곡에는
그 숨찬 일인용 골목들 굶주리는 아이들이
멀뚱멀뚱 살아 있는데
뉴스 시간 텔레비전 화면에서
아프간 아이들이 풀 한포기 없는 언덕에서
먼지 먹으며 살아 있는데
나는 배고프지 않다
지난날 얻어 마시는 술에 아첨한다는 것이
도리어 욕설을 퍼부어대고 마는 만취의
그 막막하던 순정의 시절도 사라졌다

지난날 30년
독재 그것이 내 생존의 개펄 같은 애욕이었을 줄이야
희망이었을 줄이야

바다 등져 이제 나에게는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그 늑골 으스러지는
현악의 한 고비도 남아 있지 않다
무덤들 지나,내 넋의 프롤레타리아 황야에 무슨 영광 있으랴
오직 이대로 바람 속에 서 있는 장승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