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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편지1

2009.03.07 00:12

윤석훈 조회 수:367 추천:28

  
  봄 아침이 향기롭습니다. 봄의 생기로 깨어나는 자연을 보면 당신의 뜻과 힘이 느껴집니다. 이 생명이 술렁거리는 봄 기운 가득한 아침에 이를 허락하신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당신의 아들로 태어난 지가 벌써 25년이 되어갑니다. 1984년 6월 24일 침례 받았던 일이 생각납니다. 침례 후 여러 형제,자매들과 함께 했던 뜨거운 기도가 지금도 귀에 쟁쟁하게 남아있습니다. 그후 대학부 여름수련회에서 당신을 개인적으로 만났었지요. 눈물,콧물 다 흘리며 당신 앞에서 회개하던 시간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아 얼마나 큰 환희의 폭포수였던지요. 당신께서 지으신 자연의 속살 모두가 뭉클 뭉클 살아 움직이며 제 젊은 가슴의 정원을 두들겼었지요. 그때를 돌아 보면 온통 전율 뿐입니다.

  작년 4월, 수술실에서 이미 전이된 것을 확인하고 수술조차 하지 못하고 닫았던 폐선암 3기 b라는 진단을 받고 시작된 저의 투병생활 동안,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당신의 아들이 된 후의 믿음 생활을 돌이켜 보니 한심한 생각 밖에는 들지않았습니다. 교회생활은 꾸준히 했왔지만 당신의 품 밖에서 지냈던 수많은 시간들이 점점이 생각의 가슴에 박혔었지요. 그러나 그러나 당신께서는 평안의 눈물, 감사의 눈물, 회개의 눈물을 제게 허락하시며 토닥거려 주셨습니다. 당시 저는 제 몸이 무슨 눈물로 만들어진 바다인 줄 알았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얼마나 컸었던지요.
  
  당신께서도 아시다시피 지난 달 2월 1일에는 헌팅톤 비치 마라톤 대회에서 1/2마라톤을 완주했습니다. 2시간 35분 17초 동안 당신을 많이 많이 생각했지요. 얼마나 감사했는지요.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와 일도 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행복합니다. 끝으로 작년 4월 24일에 썼던 메모를 여기에 옮겨 놓으려 합니다. 그토록 담담한 믿음과 평안과 천국에 대한 소망은 정말 당신으로 밖에는 올 수 없었음을 고백하면서요...
  
  "당분간 나는 백수를 선언한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최단기간이 될 것으로 믿는다. 모든 것 손에서 놓고 그야말로 무중력의 공간에 나를 맡기고 새소리를 듣는다. 저리고 즐거운 새들의 합창을 귀를 세워 듣는다. 집안 가득 음악이 흐르고 나는 안방 침대에 반쯤 누워 이 글을 쓰고 있다. 잠시 후에는 이즈음엔 늘 그렇듯이 내가 처한 현상에 충실할 것이다.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용감한 군인이 되어 싸우러 나갈 것이다. 암세포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7일, 이제부터 내가 하는 모든 것-밥을 먹는 것,상황버섯 달인 물을 먹는 것,비타민 두 알 먹는 것,기도하는 것,사랑하는 것,친구들을 생각하는 것,책을 읽는 것,글을 쓰는 것,걷는 것,달 구경하는 것,일출을 보는 것- 그 모든 것들은 최상의 무기가 될 것이고 그것만으로 녀석은 치명상을 입을 것임으로, 나는 거뜬해 질 것이다. 바둑에 있는 꽃놀이패 생각이 난다. 내가 놓인 이 상황이 꽃놀이패라는 생각. 깊고도 푸른 평안이 감싸고 있는 바다가 보이는 꽃밭에서 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은 청명한 하늘에서 바라다 보는 저 넓은 내 사랑의 해변을 유유히 걸어가는 새로운 삶의 발걸음과 천천히 걸어가는 천국의 발걸음이 보인다. 아 이 평화의 지경을 나 언제 걸어 보았나? 이만하면 참으로 백년이 부러울까? 천년이 부러울까? 위하여 기도하는 모든 손들 위에 밝고도 환한 축복이 내리고 있다."

  주님 사랑해요. 하나님 감사해요. 성령님 고맙습니다.





당신께서 주신 평안의 세계에서 마음껏 뒹굴며 뛰놀 수 있는 아들, 윤석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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